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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오늘을 버텨준 딸에게 도와줄 수 없어 미안한 날

by 스감사 2025.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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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무거운 하루, 그래도 오늘을 버텨준 딸에게
(또는: 내가 도와줄 수 없어 더 미안한 날)

오늘따라 딸 생각에 가슴이 유독 더 답답하다.
걱정이 많은 날이면 걷는 시간이 길어지는 걸 보면, 내 마음이 꽤 무겁다는 걸 스스로도 느낀다.

산책을 나갔다. 오전에도, 오후에도.
걷다 보면 아무 말도 안 했는데도 눈물이 맺힐 때가 있다.
딸이 아파할수록, 엄마인 나도 함께 아파진다.

기도를 하면서도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들, 딸을 위해 마음을 다해 기도하고 싶은데,
그저 “부디 괜찮아지게 해주세요”라는 말밖에 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퇴근길, 딸을 드라이브에 데려갈까 고민하다 전화를 걸었다.
“딸, 드라이브 갈래?”
딸은 샤워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냥, 그 말이 너무 딸다웠다.

신기하다.
딸을 걱정하다 집에 도착했는데, 막상 딸을 보니 가슴이 더 무거워졌다.
방 안에서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있는 딸의 모습은 늘 나에게 ‘무언의 외침’ 같다.

가방만 거실에 툭 던져놓고 딸은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산으로.

하늘을 찌를 듯 울창한 나무들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많은 나뭇잎들만큼의 수입이 딸에게 있다면,
딸은 이렇게 아프지 않을까? 고민도 덜 하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해결해줄 수 없다.
그래서 더 답답하다.

딸은 이제 성인이다.
하지만 “미래가 안 보인다”며 우는 딸을 보면
어린아이 같아 가슴이 아프고,
또 한편으론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에 마음이 복잡해진다.

수입은 적고 몸은 지치고,
집에 돌아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를 보면
그냥 회사 그만두라고 말해주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게 돌아서지 않는다.

나도 해줄 수 있는 게 없고,
딸은 혼자 매달려 있으니,
그 답답함은 엄마도 딸도 똑같은 모양이다.

무엇을 준비한 것도 없이 세상으로 나온 딸,
그 아이를 위해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면,
나는 대체 어떤 존재일까.
생각은 많은데, 나는 그저 제자리를 돌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도,
오늘을 잘 버텨준 딸이 참 고맙다.

저녁, 괜히 딸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딸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엄마로서 부끄러운 마음이다.

해결책은 없지만,
마음을 전하는 글이라도 남기고 싶어
이렇게, 오늘을 글로 남겨본다.


💌 딸에게 보내는 짧은 편지

사랑하는 딸아.
오늘도 버텨줘서 고맙다.

엄마는 네가 힘들다고 말할 때마다,
너를 안아주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서
자꾸만 서툰 모습만 보여주는 것 같아.

말하지 않아도 너의 힘 느끼고 있어.

많이 무거운 짐, 혼자 다 들고 가지 않아도 돼.

네가 잠시 쉬어가도, 길을 잃어도,
엄마는 항상 네 옆에 있을게.

너는 이미 잘하고 있어.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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